20년 전쯤, 한국 교회가 온통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다빈치코드라는 소설이 성경의 근간을 뒤흔들어 신자들은 그 책을 절대 보지 말라고 했다. 법정 싸움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읽어보니 그것은 픽션이 아니라 장편 추리 소설이었다.
다빈치 코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 감춰진 충격적인 비밀을 파헤치는 장편소설이다. 유럽의 대성당과 고성, 박물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필사적인 추격과 탈출, 끝없는 살인을 다룬다. 사실 같은 음모론과 진짜 같은 이야기를 빠른 속도감과 가벼운 무게감을 싣고 재미있게 때론 긴장감을 가지고 전개한다.
또한 거기에 나오는 여러 작품이나 사건은 흥미로우면서도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 역사 속에 들어온 착각을 느끼게 한다. 작가인 댄 브라운은 다 빈치의 생애와 그의 작품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넘치는 상징과 비밀들을 대입시켜 다빈치도 공범으로 삼고 거침없이 달려간다.
수많은 책의 자료를 조사하고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집합시켰으며 황금비율과 피보나치수열도 수학교사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의 감사의 글을 보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자료를 수집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한국 기독교계의 충격
소설 다빈치 코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오자 보수주의 개신교에서 거세게 반발하였다. 문제가 된 부분은 예수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가 결혼하여 "사라"라는 딸을 낳고 그 사라의 후손이 프랑크의 메로빙거 왕조의 왕과 신성 로마 제국의 기도 황제 혈동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당시 이단들이 주장하는 하나의 학설이기도 했다. 2006년에는 이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가 나오자 기독교계는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는데, 서울특별시 중앙 지방법원 측은 영화 다빈치 코드가 신자들의 믿음을 흔들 수 있는 어떠한 요소도 없다는 요지의 판결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일부 개신교에서는 <다빈치 코드 깨기> 등의 비평서를 발간하기도 하고 강연을 통하여 비판하기도 했다. 그때 당시 나는 성경공부에 푹 빠져 있었다. 문제가 된 내용을 말하면서 열띤 토론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 소설이랑 영화는 절대 보지 말라는 얘기들도 있었다.
신자들의 믿음이 흔들려 교회를 떠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나는 교회 내에 있는 책들도 많은데 구태여 보지 말라는 책을 볼 이유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실 성경공부를 좀 깊게 하다 보면 충격을 받을만한 것도 많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면 종교계는 한 발짝 성숙하게 된다. 교리를 체계화하고 신자들이 좀 더 쉽게 성경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한다.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과 같다.
장편 추리 소설
소설 다빈치 코드는 장편 추리 소설이다. 여기저기서 꺼내서 이리저리 맞춰서 전개를 하고 있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3년 전 우연히 책꽂이에 꽂혀있는 <다빈치 코드>를 보게 되었다. 문득 내용 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는 생각에 보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쉬지도 않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리고선 이게 왜 그렇게 문제가 되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상상력도 풍부하고 추리력도 정말 대단하고 각종 지식도 엄청나다. 도서관에 가서 댄 브라운이 쓴 책을 한 아름 빌려와서 밤을 새우며 탐독을 했다.
가톨릭에 대해서도 정말 잘 알고 교황청 내부 사정까지 아주 제대로 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속에는 신심도 돈독한 듯도 하다. 머리가 엄청나게 좋은 데다 상술까지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브라운은 자신의 책들이 반기독교적이 아니며 스스로 '영적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빈치 코드>는 '영적 토론과 토론을 촉구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말하며 우리 신앙의 성찰과 탐구의 긍정적인 촉매제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쨌거나, 소설 다빈치는 장편 추리 소설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그 속에서 우리 신앙의 성찰과 탐구의 촉매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빈치 코드>가 한국어로 번역되었을 때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신자들의 신앙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여 접근금지령을 내렸지만 우리 인간은 금할수록 더 관심을 갖게 되어 있다. 어쩌면 저자는 그것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유럽의 박물관, 대성당, 고성을 무대로 한 아주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장편 추리 소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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