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있다면 책에는 말콤 글래드웰 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글래드웰은 글 쓰는 재주가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가장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밑바닥까지 내려가 거기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서 우리의 평범한 생각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타인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서 소통의 방법을 찾아보는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을 안다고 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안다고 하는 것일까? 그 사람의 뭘 보고 믿는다고 하는 것인가? 그 믿음은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어려운 문제다.
타인의 해석
누구는 사람을 잘 보는데 나는 왜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인가? 방송에서 어떤 사건에 대해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어요. 그 사람은 인사도 잘하고 친절한 사람이었어요.' 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평소에 보인 행동과 말이 그 사람의 내면의 생각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아니면 어떤 한 면만 보고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일 것이다'라고 잘못 판단해 버렸다는 것이 된다.
<타인의 해석>은 2015년 7월 10일에 실제로 있었던 어느 경찰관과 운전자의 실랑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사소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해석하는데 서툴렀던 경찰관으로 인해 일이 크게 벌어지고 만다.
결국 단속했던 경찰관 브라이너 엔시니아는 해임되었으며 차선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아 단속되었던 샌드라 블랜드는 수감되었다. 그는 사흘 뒤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말콤 글래드웰은 모르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라고 본다.
이 책에는 마치 심리학자나 과학자가 했을법한 다양한 사례 연구가 많이 실려 있다. 특히, 낯선 사람,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해 잘못 판단해서 일어난 전 세계적인 실패사례가 담겨 있다. 그것으로 인해 세계사의 방향이 많이도 바꿨을 만도 하다.
즉, 모르는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해서 벌어진 비극들에 대해 소개하며 누구도 '사람을 볼 줄 안다'라고 장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은 바로 내가 누군가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우리가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진실일 것이다'라는 가정을 때려 부수어야 한다는 역설을 강조한다.
우리가 사람을 믿을 때
우리는 낯선 상대를 만났을 때 크고 작은 위험신호들을 감지하더라도 상대방이 진실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감곤 한다. 사실 국제 스파이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TV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바람둥이를 애인으로 둔 사람,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다.
사연 속 사람들이 바보 같아서 속은 것이 아니라 신뢰를 기본으로 둔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똑똑하건 아니건 신뢰를 기본값으로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누군가를 알지 못하거나 그와 소통하지 못하거나 그를 제대로 이해할 만한 시간이 없을 때 우리는 대체로 그의 행동과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낯선 사람에 대한 확신은 기본값을 어디에 두든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낯선 사람이면 누구나 의심을 할 수는 없다. 항상 의심만 해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 상대방이 보이는 반응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 역시 위험하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경험적으로 아는 상대방의 표정과 반응으로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려 든다. 전지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면 우리는 잘못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을 찾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사실 나는 이 생각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사기당하는 사람의 특징이 다른 사람을 잘 믿어서 그렇다고 한다.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이다. 바보 같아서도 아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얼마를 투자하면 몇 배의 이익이 생긴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사기당했다고 난리가 난다.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 한다. 그 사람을 믿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쉽게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욕심이 숨어 있다. 그 사람을 믿은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속은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직접 만났을 때 왜 그를 더 잘못 판단하게 될까? 그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
많은 사람들은 외면과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다. 단순히 보통 사람들이 기대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으로 몰린 사람이 있다. 오해에서 비롯된 소동은 이상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교도소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행동이나 표정을 해석하는 방법은 국가별, 또는 문화적인 차이에서도 달라질 수 있다. 행동과 결합된 맥락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덧붙여 직접 만났을 때 왜 그를 더 잘못 판단할까?
이 책은 어려운 문제에 관한 책이다. 우리는 대가나 희생을 치르지 않고 낯선 사람을 익숙하고 아는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낯선 이와 이야기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가운데 낯선 이와의 대화가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그 낯선 이를 비난한다.
저자는 우리가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태도와 행동 그리고 마음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 정말 다양한 예를 들어 알려 준다. 이 책은 명쾌한 정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낯선 사람을 대할 때, 혹은 가까이 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 어떠한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러준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뒤에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면 그건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든 한눈에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 몇 개의 기준을 세워둬야 한다. 관점과 배경이 다른 누군가와 매일 만나야 하는 우리는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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