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공지영은 두 가지의 이야기가 나란히 전개되는 약간은 특이한 방식으로 책을 썼다. 앞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잘 자라 대학 강사인 주인공의 이야기와 블루노트라는 다음챕터에는 현재는 사형수인, 나중에는 주인공과 만나게 되는 어릴 때부터 아주 불행한 또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다.
둘은 서로 다른 상처를 받았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목울대로 울음이 차 올라 숨도 제대로 못 쉬게 한 감명 깊은 책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를 만난 후 나는 그것을 알았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를 만난 후 나는 내 어둠 속을 헤치고 죽음처럼 숨쉬고 있던 그 어둠의 정체를 찾아냈다.
그가 아니었다면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것들, 지독한 어둠인 줄 았았는데 실은 너무 눈부신 빛인 것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그게 어둠이 아니라 너무도 밝은 빛이어서 멀어버린 것은 오히려 내 눈이었다는 것도 모르고 나는 내가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으리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순간 신의 영광을 이미 나누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로 인해 깨달았다. 나는 그를 만날 수 있게 행운을 주신 신께 깊이 감사드린다.
어렸을 때 당한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속으로 곪아 자기 자신만을 아는 사람인 듯하면서도 자기도 부정하고 세 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한 주인공은 고모를 따라 교도소에서 사형수 윤수를 만났을 때 그를 자신과 같은 과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수녀인 고모는 혁수정을 차고 있는 윤수에게 '네 죄가 무엇이든 간에 그게 전부 다 너는 아닌 거야' 하고 말한다. '오늘의 저 아이가 내게는 저 아이의 전부야.'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간다.
저 사람의 죄가 무엇인지 언제 교도소에 들어왔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지금의 저 아이만이 나의 관심사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죄를 짓고도 자기 잘못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른다고 교도소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짐승이라 부른다.
세상 속 잘난 사람들은 자신의 부도덕함과 치부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다른 사람들을 평가한다, 이 소설은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묻고 있다. 모든 걸 부정하고 삶의 애착마저도 내팽개쳐버린 윤수와 만나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윤수를 사랑하게 된다.
사형 집행 전의 윤수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쓰는 주인공의 마음이 삶의 의미를 몰랐던 주인공 자신을 살리려는 몸부림처럼 참으로 애처롭다. 사람을 괴물처럼 대하면 그 사람이 괴물이 된다.
상처받은 사람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다. 이것은 남에게 줄 수 없는 재산이다. 모든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있지만 자신만은 남에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형수는 여섯번 죽는다고 한다. 잡혔을 때, 일심 이심 삼심에서 사형 선고 언도를 받을 때, 그리고 진짜 죽을 때, 나머지는 매일 아침이다. 아침 기상종이 울리면 사형수들은 죽음을 준비한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어머니, 고아원의 동기들, 자기들보다 힘센 세상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구타당하고 버림받아 마음이 닫혀버려 조그마한 자극에도 상처를 받는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봉사자가 재소자가 너무 감동해서 손을 잡으로 하자 놀라며 손을 뒤로 뺀다. 그 재소자가 자기가 사형수여서 자기를 벌레처럼 여겨서 그랬다고 밤새 짐승처럼 울부짖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참 아팠다.
윤수는 사람들이 하는 말 하나, 몸짓 하나가 다 나를 비웃고 나를 골탕 먹이고 자기네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 이용하는 거라고 느껴져 당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자기를 용서하려고 애쓰는 자기가 죽인 파출부의 어머니인 칠순 할머니를 만나고 다 나쁜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자 신기하게 자신을 모질게 대하던 그들이 자기에게 잘해 준다고 느낀다.
그리고 자기를 찾아와 주는 수녀 모니카고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을 걱정해 주는 감정이 있다는 걸 알고 두려워한다. 주인공은 나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고 누구라도 내 처지가 되면 그럴 거라고 니들도 당해보라고 그러고 싶었는데 소설 속 오레스테스는 신들이 시킨 짓을 하고도 자기가 했다고 한다.
위선을 행한다는 건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것이다. 윤수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세상속으로 나가 사랑하는 주인공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나와 생명을 갈구하게 된 것이다.
목울대가 아프도록 울다
이 책은 처음 발간된 2005년 구.반장 교육 갔다가 당시 교정사목위원회(수용자 교화사업, 출소자 자활사업 등을 하는 것) 홍보차 오신 이기우 신부님께서 소개를 해 주셔서 구입을 했었다.
제목만 보고서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슬프고 가슴이 아파서 목울대가 아프도록 꺽꺽대고 울면서 읽어서 딸이 큰 일 난 줄 알고 방에서 뛰어나왔다. 울음이 목을 타고 올라와 숨이 막힐 정도였다, 책을 보는 내내 울었다.
윤수와 은수가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늘 돌아오리라 기다리던 엄마로터 버림받아 더 이상 기다릴 희망조차 없어져 너무 가엽고 애처로워서 울었다. 주인공이 고모를 닮아 점점 인간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예뻐서, 그런대로 명예롭고 편안하게 수도생활을 할 수 있는데 재소자들을 만나 용서를 구하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무릎 꿇고 비는 진정 수도자의 모습이 고마워서 눈물, 콧물을 흘렸다.
세상의 잣대가 중요해 어린 딸의 아픔을 헤아려주지 못한 주인공의 부모와 형제 주변사람들이 불쌍했다. 그러면서 나는 깨지고 있었다. 세상에서 문제아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아이들, 재소자들을 생각하던 내 생각이 얼마나 편협되고 잘못된 것이었는지 환경이 나쁘다고 다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자기만 정신 차리면 될 것이라고 개인에게 탓을 돌리던 나의 관점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한 사람만 그 사람을 사랑해 준다면 그 사람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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