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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책 들개 먹어야 사는 동물 마침내 남아 있는 것

by 현명한도미니카 202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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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가지만 두꺼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이외수의 대표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세상은 오리를 잃어버렸다고 하면 닭발을, 닭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오리발을,  둘 다 잃어버렸다고 하면 꿩발을 내민다고 한다.

 

또한 작가는 자기 작품이 분석되고 평가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읽고 느끼는 대로 느끼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사람들이 멀리하는 것도 가까이 곁에 두고 있으면 외로움이 극에 달할 때 사랑스러워진다고 한다.

 

더럽다는 것은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에 비하면 별로 더럽지 않다고. 그 어떤 것에도 애정을 느끼는 순간에 더럽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더럽다고 하는 것은 그것에 애정이 없기 때문이다.

 

들개 - 이외수 지음-

 

먹어야 사는 동물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끼리 서로 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자주인공은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빈 건물의 한 켠을 차지하고 책과 함께 살고 있다. 취미는 자기 나름대로의 사전을 만드는 일이다. 새우리말 사전이다. 내용은 엉뚱하지만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이 노트에 관심을 갖고 내용을 본 후 같이 술 한 잔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접근을 한다. 마땅한 거처가 없어 거처를 찾고 있던 남자주인공은 이 건물의 다른 한편에 자기의 자리를 만든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업실을 만든 것이다.

 

여자 주인공은 글을 쓰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남자주인공은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여자눈엔 늑대로 보이는데 들개라고 했다.  아무리 그림을 그리고 아무리 재미있는 말장난을 할 때라도 항시 그들 주변에는 어떤 외로움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남자는 본격적인 작업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달이 몹시 밝은 날 여자 주인공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체 나는 왜 이 낡은 건물 속에 와 있는 것일까. 도대체 나는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이러다가 나는 어디에 가서 닿을 것인가. 여자 주인공은 먹고살기 위해 책을 판다.

 

남자는 커다란 캔버스에 아흔아홉 마리의 개를 그리기 시작한다. 먹을 것이 없어지자 여자는 온통 먹는 것에만 신경을 쓰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자가 거의 아사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남자가 얼어있는 고기 한 조각을 내민다. 그것을 입에 넣고 먹을 것이 입안에 있다는 사실이 즐거워 미칠 지경이었다고 말한 다.

 

어느 날 남자가 감기가 심하게 걸린다. 여자는 남자가 죽는 게 걱정이 되는 게 아니라 그리던 그림을 완성하지 못할까 걱정을 한다. 그리고 아는 시간강사를 찾아가 돈을 빌려 약과 먹을 것을 사 가지고 온다. 이젠 그림 그리는 재료가 떨어져 그림을 그릴 수가 없게 되자 여자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다. 눈이 내린다는 사실은 배고픈 사람을 까닭 없이 눈물 나게 한다. 여자는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 하던 맥주홀을 찾는다.

 

 

마침내 남아 있는것

여자가 홀에 나가면서 물감이나 기름도 부족하지 않게 되었고 먹을 것도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화, 목, 토 일주일에 세 번을 나갔지만 남자에게는 비밀로 했다. 여자는 홀에 나가면서도 자기가 홀에 나가는 이유는 먹고살지 위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완성시키도록 하기 위해서이기에 떳떳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제대로 된 들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들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절대 하지 않으리라 했던 일을 하고 돈을 구해 개를 데려 온다. 그림에 진척이 없는 남자는 개를 보자 의욕을 보인다. 개가 들개가 되어야 하기에 먹이를 주지 않기로 했다. 개는 스스로 그 건물 안에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남자는 제대로 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과 차단해야겠다고 생리적인 것까지 그 방에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여자의 출입도 금했다. 여자는 돈을 벌어 그동안 모아놓았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나 사람이 습관처럼 그리워진다.

 

텅 빈 건물 속에서 가슴이 베어져 나가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어서 시간강사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시간강사를 만나면 하는 일이 끝없이 길을 걷는 것이다. 다시 만났을 때는 바다를 보고 왔고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내 삶의 몫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아무도 챙겨 주지 않는다. 여자는 바다에서 돌아온 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탈진해 있던 화가남자를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극진히 보살핀다.  남자와 같이 거의 탈진해 있던 개도 기력을 차리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여자는 자신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다. 육체가 눈을 뜨고 죽어 있던 의식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내재되어 있던 고정관념들이 하나씩 깨어져 나갔다. 자신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자 여자는 다시 바다를 찾는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돌아와 납자가 작업하는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작업실 문이 온통 활짝 열려 있었다. 작품이 완성됐다는 신호였다. 선물로 사 온 목걸이를 들고 조심스럽게 올라갔을 때 목격한 것은 피를 흘리고 죽어있는 납자의 모습이었다. 개도 죽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경건하게 완성되어 있는 한 남자의 영혼이 걸려 있었다.

 

그림을 완성한 주인공 남자는 왜 자살을 했을까? 주인공 여자와 다시 시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럼 너무 평범해지는 건가? 남자 주인공이 창작을 위한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고 사회에 적응해서 살았다면 행복했을까?

 

개도 들개가 있는데 사람인들 들개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곳에서 자기의 능력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길들여진 곳에서 더 잘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속성은 길들여지지 않은 곳에서 더 나은 창작물로 나올 수는 있다.

 

쓰레기통 속에도 아름다움은 넘쳐나고 화장실 속에서도 존엄한 생명에의 진리가 반짝이고 있다. 나는 이 글 속에서 두 주인공은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던 것에서 서로에게서 가장 기본적인 사랑을 느꼈을 때 비로소 작품을 완성시키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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