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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책 고래사냥 고래문화마을 젊은이들의 꿈

by 현명한도미니카 202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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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생포에 가면 고래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이 있다. 고래문화마을, 고래광장, 고래빵, 고래아이스크림, 고래박물관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대곡리에는 세계 문화유산 등재까지 준비하고 있는 암각화가 있는데 거기에도 고래가 등장한다.

 

이 책은 소설가 최인호가 쓴 장편으로 1983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급격한 산업화와 군부독재의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울분과 고뇌, 체념의 자화상을 희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고래사냥-최 인호 지음 -

 

 고래문화마을

2022년 8월 말  딸과 함께 울산으로 2박 3일간 여행을 갔다. 둘째 날 숙소는 장생포에 정해져 있었다. 2일째 되는 날 일정은 슬도와 대왕암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장생포에는 오후 3시쯤 도착했다. 사실 50년 전쯤 중학교 다닐 때 수련회로 간 적이 있어서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볼거리가 많을 거라고는...

 

요새  장생포는 관광단지로 잘 단장되어 있었다. 봐야 할 곳이 많아서 입장시간 때문에 선택을 해야 했다. 장생포고래박물관으로 정했다.  박물관 가는 길에 고래빵과 고래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 속에 고래는 들어있지 않지만 고래모양으로 만들어 특산물로는 괜찮았다.

 

박물관에는 고래의 종류와 고래의 일생, 한국계 귀신고래를 연구하고 학계에 보고한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에 관한 것 도 있었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대곡리 암각화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귀신고래는 해안가 가까이 사는 고래로, 암초가 많은 곳에서 귀신같이 출몰한다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북태평양에서만 분포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 나타나는 귀신고래의 무리는 겨울에는 한반도와 일본 앞바다에서 번식하고 여름에는 먹이를 찾아 오츠크 해 북단으로 이동한다.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것은 고래사냥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하는 경로에 속한다. 현재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이 속해 있는 서부 북태평양과 북대서양의의 귀신고래는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고, 동부 태평양의 귀신고래는 보호와 감시에 의해 멸종의 위기를 벗어난 상태다.

 

귀신고래는  멸종위기에 처한 국제적 보호 대상 동물로 이를 보호하고자 울산부근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인근 회유 해면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그동안 나는 옛날 장생포에서 고래잡이를 했고 내가 한동안 살던 부산 자갈치시장에 가면 고래고기가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 고래고기가 엄청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비호감이어서 감히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  고래 문화마을에 가면 고래잡이를 하던 선박과  포수, 고래 잡는 모습, 고래기름통 등 고래잡이의 실제적인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포수는 경험이 많은 고래잡이다. 그는 고래가 많이 잡히는 곳이나 고래의 이동경로를 잘 알아 항로를 결정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포경포를 잘 쏘는 명증률이 높은 포수는 높은 대우를 받았다.

 

고래는 고기뿐만 아니라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유용했기에 포경선이 많았다. 고래의 개체수가 줄어들자 세계적으로 포경을 금지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포경을 하지 않는다.

 

고래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마다 고래가 나타나는데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고래에 대한 관심도가 많아져 장생포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고래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젊은이들의 꿈

'고래사냥'하면 먼저 떠오르게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송창식의 목소리로 들었던 노래였다. 그 노래는 당시 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하여 젊은이들이  참 많이 불렀다. 이 노래의 가사도 최인호 작가가 써 준 것이라 하니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다 담겨있을 것이다.

 

고래가 상징하는 젊은이들의 이상과 꿈, 그것을 쫒는 젊은이들이 이 글에 등장한다.  책의 말미에는 1974년 4월 24일에 발표된 최인호 작가의 청년문화선언문이 실려 있다. 그 선언문의 핵심은 기존의 소수의 엘리트 사고방식과 침묵하는 대중의 사고방식의 간격을 좁히려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즉 전에는 침묵의 대중을 몇몇 엘리트들이 정의를 내리며 주도하고 이끌었지만 오늘날의 청년문화는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것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 물론 그 당시의 청년문화와 지금의 청년문화는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혼자서 노래 듣고 혼자서 춤추고, 스스로의 반주로 노래 부르며, 끊임없이 갈등과 씨름하는 것은 같다. 청년들의 특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인호가 만들어 낸 청년문화에는 영웅이 없다.  이 책의 주인공 병태는 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아버지는 산부인과 의사인데 병태는 깡마르고 특징이 별로 없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다. 본인은 부모님 덕분에 등록금이나 용돈이 모자라지 않지만  돈이 없어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는 걸 안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어서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는 친구를 보면서 용기도 없는 그런 자신에게  모멸감을 느낀다. 병태는 정열적이며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어 방학이면 공장에 취직을 하는 미란을 사랑하지만 고백은 하지 못한다. 편지를 쓰고도 부치질 못한다.

 

나름대로 재주가 있었지만 다른 친구에 비하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인간의 탈을 쓴 허수아비라고 여긴다. 2학기 등록을 하러 교무과에 들러 등록금신청용지는 쓰다가 문득 '떠나자.' 중얼거린다. 그냥 떠나자. 호주머니에는 등록금인 엄쳥난 돈이 있었다.

 

나는 나비가 되기 위해서 떠난다. 병태의 머릿속에는 오랜 전에 들었던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병태는 빈 몸으로 좋아하던 미란을 만나 사랑고백을 하고 고래 잡으러 떠난다고 얘기를 한다. 자정이 지나 이순신 장군상에 절을 하다가 경찰에게 붙들려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유치장에서 만난 민우는 병태에게 네가 모험을 떠난다는 그 세계는 우리 같은 거지들에게는 생활 그 자체야 하고 말한다. 둘은 창녀촌에서 만난  벙어리 춘자를 빼내서  춘자의 고향을 찾아주러  셋이서 완도로 떠난다. 트럭도 훔쳐 타고 자전거도 훔쳐 타고간다.

 

우여곡절 끝에 춘자의 고향에 도착하지만 춘자는 별반응이 없다. 실망하고 있던 중 자전거를 잃어버린 쪽의 패거리들이 달려들어 민우와 병태는 거의 죽을 위험에 닥치게 된다. 그때 춘자의 말문이 트이고 춘자가 해명을 해 주어 그들이 모아서 준 돈으로 서울로 올라온다.

 

병태는 민우와 헤어지고 미란을 찾아가서 자기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미란은 춘자에게 고향을 찾아주고 말을 찾아준 사람이 병태라면서 칭찬을 해 준다. 병태는 매를 맞으면서 고래는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릇된 신념은 더 많은 죄악을 범할 수 있어. 이제부터 남보다 나 자신에 대해 엄격하며 준엄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병태는 집에 가기 전에 학교에 가서 등록을 한다. 이제부터 공부에 미친 듯이 매달리겠노라고. 병태는 수많은 방황 끝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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