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어떻게 공격대상을 정할까…"체취 중 카르복실산이 타깃"
美 연구팀 "열·체취로 사람 찾고 카르복실산 냄새로 공격 대상 정하는 듯"
모기는 사람 몸에서 나는 체취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며 피를 빨 대상을 선택하는 데에는 체취에 섞여 있는 카르복실산 성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기가 체온·체취로 사람을 찾아내고 체취에 카르복실산 성분이 많은 사람을 선택해 공격하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Giraldo and Rankin-Turner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코너 맥메니먼 교수팀은 20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잠비아에 만든 1천㎡ 넓이의 실험장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로 해마다 50만~60만명이 숨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모기가 어떻게 멀리 있는 사람을 찾아내고 어떤 사람을 선택해 공격하는지 밝혀내는 것은 과학적으로나 보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계속돼왔으나 기존 연구는 대부분 제한된 실내 실험실에서 수행돼 야생에서의 모기 행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실제 자연과 비슷한 조건에서 아프리카 말라리아모기(Anopheles gambiae)가 어떻게 멀리 있는 사람을 찾아내고 어떤 사람을 선택해 공격하는지 실험하기 위해 1천㎡ 넓이의 실험장을 만들었다.
먼저 실험장에 사람 피부 온도인 35℃로 가열할 수 있는 착지판들을 일정 간격으로 설치하고 착지판에 이산화탄소와 사람 체취를 공급하는 파이프를 연결했다. 이어 매일 밤 굶주린 모기 200마리를 풀어놓고 적외선 모션 카메라로 모기 활동을 관찰했다.
사람 체취는 실험장 밖에 설치된 1인용 텐트 6개에서 실제로 자는 6명으로부터 채취해 파이프를 통해 실험장 내 착지판으로 공급했으며, 각각의 체취 표본을 이용해 구성 성분도 정밀 분석했다.
먼저 모기를 유인하는데 열과 이산화탄소, 사람 체취 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 비교한 결과 모기는 이산화탄소만 공급된 가열 착지판보다 사람 체취가 공급된 착지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명의 체취를 이용해 모기의 냄새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모기가 특히 좋아하는 냄새가 있고 모기가 거의 다가가지 않는 냄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람의 냄새 성분은 밤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모기가 지속해서 달려드는 사람의 체취에는 피부 미생물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르복실산이 특히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모기가 거의 접근하지 않는 사람 체취에는 식물에서 발견되는 화합물인 유칼립톨이 다른 사람보다 3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유칼립톨 수치는 그 사람의 식단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스테파니 랭킨-터너 박사는 "사람들 체취에서 화학물질 40여가지를 확인했으며 그 비율은 서로 달랐다"면서 "모기의 선호도는 이들 물질의 혼합비율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맥메니먼 교수는 "모기는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주로 집 안으로 들어와 사람을 공격한다"며 "이 결과는 사람 냄새가 체온과 함께 말라리아모기가 사람을 찾아내고 공격 대상을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주영기자)
당신만 무는 모기 이유가 있었다…피부 서식 미생물 작용
피지 먹어치우는 과정서 카복실산 생성 냄새 형성 규명
모기에 유독 잘 물린다면 피부에 달고 사는 미생물을 탓해야 할 것 같다.
모기가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날아든다는 점은 부분적으로 규명됐지만 피부에서 수많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카복실산이 '주범'이라는 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록펠러대학 신경과학 연구진은 최근 3년여에 걸친 실험 끝에 피부에 사는 유익균이 피지를 먹어치우면서 생산하는 카복실산이 모기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규명한 결과를 생물학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셀지와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록펠러대학 신경생리학자 레슬리 보스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자원자 64명의 팔에 나일론 스타킹을 착용하게 해 체취를 모은 뒤 이를 5㎝ 크기로 잘라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를 대상으로 1대1 유인 대결을 펼쳤다.
이집트숲모기 암컷은 번식에 필요한 양분을 얻기 위해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데, 이 과정에서 뎅기열이나 황열병, 지카 바이러스 등을 옮겨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이 실험에서 한 참가자 시료는 모든 대결에서 승리하는 압도적 결과를 얻었는데 분석 결과, 카복실산이 가장 많이 패한 참가자의 10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피부의 피지를 통해 카복실산을 만드는데, 피부에 서식하는 수백만 마리의 유익균이 피지를 먹어 치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카복실산을 형성해 치즈나 발 냄새와 비슷한 향을 만들어 모기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실험에 이용된 나일론 스타킹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모기는 인간의 체취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해 향수로도 덮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은 같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3년여에 걸쳐 진행됐는데, 먹은 음식이나 사용한 샴푸와 관계없이 늘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나일론 스타킹 시료에 모기들이 몰렸다고 한다.
보스홀 박사는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지금 모기에 잘 물린다면 3년 뒤에도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의 최고과학책임자이기도 한 그는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 구성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면서 "실험에서 나타난 모기 유인의 편차 중 일부는 박테리아 형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피부에서 나는 냄새나 잠재적으로 피부에 사는 박테리아를 조작할 수 있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모기 탈피 막아 성체로 못 자라게 하는 새 퇴치법 개발
탈피 호르몬 운반 단백질 겨냥한 표적 살충제 길 열어
지구온난화로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병원균 매개 모기를 완전한 성체로 자라지 못 하게 해 무력화하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냈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R)에 따르면 이 대학 곤충학자 야마나카 나오키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모기가 탈피 과정에서 꼭 필요한 호르몬인 '엑디손'(ecdysone)을 세포로 운반하는 단백질 중 가장 중요한 한 종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엑디손은 곤충이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려면 없어서는 안 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세포로 전달되지 않으면 성체가 되지 못하고 번식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전에는 엑디손이 모든 세포막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야마나카 박사의 연구로 이를 세포로 운반하는 단백질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2018년에 처음 밝혀졌다.
이는 벌이나 다른 화분 매개 곤충에는 해가 되지 않게 모기만을 겨냥한 살충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으로 발표됐다.
야마나카 부교수는 "(모기가 가진) 엑디손 운반 단백질의 기능은 차단하지만 모기가 갖지 않은 운반 단백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화학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인체 세포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으로 교과서에 기술돼 있지만 곤충 연구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 지원을 받는 연구팀은 현재 모기의 엑디손 운반 단백질을 차단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찾고 있으며 다른 동물에서도 엑디손 운반체가 있는지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불임 상태로 만든 수컷 모기를 방사해 암컷이 부화할 수 없는 알을 낳게 하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모기에 대처할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야마나카 부교수는 "모기를 멸종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더 좋은 조건이 되고 더 큰 문제를 유발하기만 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가지 도구에만 의존해 통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빨간색에 집착하는 모기…안 물리려면 붉은계통 옷은 피하라
날숨 속 CO₂로 피 빨 대상 확인하고 빨간색 목표로 날아들어
올여름 윙윙대며 달려드는 모기가 두렵다면 빨간색 옷만이라도 피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모기가 인간의 날숨에 섞인 이산화탄소(CO₂) 냄새를 통해 먹잇감의 존재를 확인하고 눈으로 빨간색 부위를 찾아 침을 꽂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 교수 제프리 리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모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빨간색을 비롯한 특정 색에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미육군연구실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연구에서 리펠 박사팀은 투명 실험실 안에 황열병과 지카 바이러스 등을 퍼뜨리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 암컷을 집어넣고 컴퓨터 추적시스템을 이용해 다양한 냄새와 색깔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
모기들은 냄새로 자극하지 않으면 실험실 바닥의 원형 딱지가 어떤 색이든 반응하지 않았다.
리펠 박사는 이런 결과와 관련, "모기들이 냄새로 주변에 있는 먹잇감을 구분하는 것 같다"면서 "날숨속의 CO₂와 같은 특정 화합물의 냄새를 맡으면, 이 향이 눈을 자극해 먹잇감과 연관된 특정 색이나 시각 형태를 찾고 이를 향해 달려든다"고 설명했다.
피를 빠는 암컷 모기가 CO₂ 냄새로 주변의 목표물을 찾는다는 점은 앞선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하지만 CO₂ 냄새로 모기의 시각이 활성화되고 특정 색깔을 향해 날아든다는 점은 처음 밝혀졌다.
이는 인간이 빵 굽는 냄새를 맡고 시각을 가동해 빵집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간은 650㎚(나노미터) 파장 빛은 빨간색, 450㎚ 파장 빛은 청색으로 보는 것처럼 파장이 다른 빛을 각각의 색으로 인지하는데 모기도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빛을 인지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냄새로 자극받은 모기가 달려든 색깔들은 모두 긴 파장 빛이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인간 피부도 색소와 관계없이 빨간색에서 오렌지색의 긴 파장 빛 신호를 내는데, 인간 피부와 비슷한 색깔의 딱지나 연구원의 맨손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모기가 CO₂ 냄새를 맡은 뒤 이를 향해 날아드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긴 파장 신호를 차단하는 필터를 사용하거나 손에 녹색 장갑을 낀 조건에서는 CO₂ 냄새 자극에도 모기가 달려들지 않았다.
또 CO₂ 냄새를 맡는데 필요한 유전자가 변이된 모기는 실험에서 색에 대한 선호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긴 파장 빛을 볼 수 없는 변이 유전자를 가진 모기 역시 CO₂ 냄새 자극에도 색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피부 분비물과 같은 다른 시각적, 후각적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모기 종류에 따라 선호하는 색이 다를 수도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모기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추가됐다고 강조했다.
모기가 선호하는 색과 그렇지 않은 색을 정확히 가려내면 모기를 쫓거나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나 장치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리펠 박사는 "'모기에 안 물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날숨과 땀, 체온 등이 모기가 달려들게 만드는 3대 요인이라고 답하곤 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옷은 물론 피부에도 있는 빨간색이 제4의 모기 유인 요소라는 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피부색과 관계없이 강한 붉은색 신호를 발산하는데, 이런 색을 걸러내거나 피할 수 있는 옷을 입는다면 모기에 안 물리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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