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강제동원 해법 발표‥3월 중 정상회담
정부가 '일본 피고기업이 아닌 제3자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방식'이다.
지급 대상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배상금은 이자까지 모두 약 40억 원이다.
일본 측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이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한 결과다.
이미 재단에 60억 원을 기부한 포스코처럼 청구권 협정의 혜택을 받은 기업들에 자발적 기부를 독려할 걸로 보이는데, 결국 우리 기업 돈으로 배상하는 셈이 됐다.
대신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 양국 경제단체가 한일 미래세대 교류를 위해 별도로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성한/국가안보실장]
"한일관계가 이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역시 미래 세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양측 경제계라든지 다양한 어떤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 이런 것들을…"
결국 전범 기업의 배상을 이끌어 내지 못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4년 넘게 이어진 배상 문제를 일단락하기로 한 정부는 이미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에 시동을 걸고 있다.
김성한 실장이 "현안 문제가 잘 매듭지어지면"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외교가에선 당장 3월 말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양측 간에 좀 포괄적인 관계 증진과 더 나아가서 한미일 관계로의 어떤 발전 등을 위해서 다양한 또 구체적인 그런 어떤 이슈들이 부상을 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줄곧 과거보단 미래를 언급하며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해 왔다.
이번 발표로 한일 정부간 관계 개선에 한 발 내딛었지만, 국내적으론 과거사 문제를 희생시켰다는 비판에 진통을 겪을 걸로 보인다.
일본언론 “日대신 재단이 배상” 민주당 “윤 대통령 이래서 조상탓했나”
'일제 강제 동원 피해' 배상 문제를 두고 그동안 우리와 일본의 입장차가 컸는데 앞서 본 것처럼 우리 정부가 먼저 해법을 내놓게 됐다.
그간 우리 정부가 일본에 요구했던 핵심은 피고 기업의 배상과 사과였다. .
일본이 '성의 있게 호응하라'는 것이었는데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한미일 공조를 중시해온 정부 입장에선 '강제 동원' 합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결론 낸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복잡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두 정상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단번에 결단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이 한·일간에 화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동안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들이 요구해 왔던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와 공식 사과가 다 빠져있는 상황이다 . 이런 상황에서 피해 유족들이 정부가 내놓은 해법에 동의를 할까 의문이다
일단 외교부는 내일 발표 이후, 피해 유족들을 일일이 만나. 판결금을 받을지말지 확인 절차를 거칠 것이다.
피해 유족 측 임재성 변호사는.유족들은 이런 방식의 해법에 최종 동의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피고 기업이 배상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사과 역시 과거 담화를 재확인하는 수준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 지원단체 측은 내일 정부의 발표 이후 공식입장을 내기로 했다.
일본기업에 의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났는데도, 일본 기업 대신 우리 정부의 산하 재단을 통해 배상금의 상당액을 지급하는 해결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해 논란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재단이 돈을 포스코 등 우리 기업에게 조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
일본기업에 의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났는데도, 일본 기업 대신 우리 정부의 산하 재단을 통해 배상금의 상당액을 지급하는 해결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한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해 논란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재단이 돈을 포스코 등 우리 기업에게 조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니혼게이자이 “과거정부 반성과 사죄 계승”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오후 온라인 기사에서 “한국 정부는 6일에 전 징용공(일제 강점하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 해결책을 정식으로 결정한다”며 “한국의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 상당액을 원고에 지불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측은 자금을 내지 않지만 과거 정권이 표명한 ‘반성과 사죄’를 계승한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5일 징용공 문제에 대해 기자단에 “외교 당국 간의 협의가 최종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요미우리 “포스코 등 한국 기업 자금으로 조달 가능성”
요미우리 신문도 “윤석열 정권이 한일 간 최대의 현안인 ‘전 징용공(일본기업의 강제징용 조선 노동자)’ 소송 문제 해결책을 근간(곧) 발표할 방침을 굳혔다”며 “피고 일본 기업의 배상금 지불을 한국의 재단이 대신하는 내용으로, 이르면 주중(주내)에도 발표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월내(이달 중) 방일도 조정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해결책으로 “2018년 한국대법원(대법원) 판결로 배상의무가 확정된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하여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배상금 상당액을 강제징용 노동자들에게 지불”하며 “그 자금은 한국의 철강 대기업 포스코 등의 기부금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지난 1월, 해결책의 개요를 공개 토론회에서 공표했으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사죄와 자금 거출(갹출)을 강경히 요구하며 면담도 거절했고,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높게 나와 한국 정부 내에도 신중론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한일과 한·미일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전 징용공 문제의 조기 해결이 필수라고 판단한 모양”이라며 “한일 양 정부는 한국이 해결책을 발표하면 이달 안에도 윤 대통령이 방일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는 다른 기사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한국정부의 WTO 제소 취하시 거의 동시에 해제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도 전했다.
민주당 강력 반발 “피해자 국민 분노 키워”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러려고 3‧1절 기념사에서 일제의 침략에 우리 조상탓을 하며 일본을 침략자가 아닌 파트너로 미화한 것이냐고 성토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반대하고 있고, 한국의 사법부인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것을 뒤집는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선조들을 탓하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강변한 이유가 이것이었느냐”며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직접 배상 대신, 양국 경제인단체가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해 배상금을 물어주는 ‘제삼자 변제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누구를 위한 해법이고 무엇을 위한 합의안이냐”며 “피해자를 위한 합의가 아닐뿐더러,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책임을 묻기 위한 합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덮어주고 면해주는 일본만을 위한 합의”라며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고 국민의 분노만 키울 잘못된 합의는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대변인은 “3‧1절 아침 3‧1운동 정신을 훼손하더니 이제는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우리 국민을 욕보이려는 것이냐”며 “심지어 우리 정부가 해법을 우선 발표하고 일본이 받아주기를 기다린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 합의안을 요청하듯 먼저 발표하고 가해자에게 받아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무엇이 아쉬워서 이렇게 굴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냐”며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굴욕적인 합의를 강요하려면 차라리 발표하지 말라. 굴욕적인 합의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보당 입장
진보당도 5일 저녁 이메일 등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사과와 일본 전범 기업의 보상 참여 없이 국내 기업등의 기금을 통한 보상은 ‘매국굴욕해법‘”이라며 이에 윤석열 정부의 해법안 강행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6일 오전에 외교부 앞에서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힘 입장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과거에만 매몰돼서 안된다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의 호응을 촉구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5일 오후 “그 무엇으로도 과거 일본의 잘못을 덮을 순 없다”면서도 “그러나 어두운 과거에만 매몰돼선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양 수석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은 한일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통해 미래를 비추는 환한 등불을 함께 세워야 한다”며 “양국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협력관계에는 과거의 직시와 함께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진심이 담긴 적극적 호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3.1절 기념사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안보와 경제 등의 협력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한, 미, 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며 한일 관계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렇지만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양국의 민감함 현안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과의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일본은 과거의 침략자가 아니라 협력 파트너가 됐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이어 "안보위기에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지난해 8.15 경축사에 이어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내비쳤습니다.
또 일본에 국권을 상실했던 역사는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이 자명합니다.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기념사에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 등 한일간 민감한 현안은 언급돼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또 3.1 만세운동도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라고 평가하는 등 5분 남짓한 기념사에서 자유를 8번 언급했다.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첫 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을 가해자로 규정하고 과거사 인식을 비판했던 것과는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2013년 3.1절 기념사)]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2018년 3.1절 기념사)]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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