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선진국>은 KTH, 엠파스 등 IT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인 박태웅씨가
쓴 책이다.
유엔경제총회인 운크타드(UNCATAD)가 2021년 7월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1964년 운크타드창설이래 개도국을 졸업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처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된 것일까?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해서 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2차대전 이후의 독립국이기도 하다.
아주 짧은 미성숙의 근대와 현대를 동시에 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후의 폐허에서 미친듯한 질주로 이만큼을 왔지만, 그만큼 빼먹은 것들도 많다.
일제시대부터 지나온 경로는 여전히 발부리를 잡아챈다.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되어버린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서른을 넘어서도 아침저녁으로 키를 재고 있는 것 같은 경제지표 바꾸기,
한국 사회 전체에 풍부하게 쌓여가는 신뢰자본을 제대로 쓰는 법,
공론을 만들어내는 정치가를 키우는 법,
경로의 저주 벗어나기와 같은 것들이다.
그중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사회에서 현재 시급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1. 타협하고 샹생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타협하고 상생하는 사회, 토론하고 협상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토론을 하지 못하는 것,
기자들이 취재원의 주장의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기업이고 정치가고 내놓는 사과문이 한결같이 듣는 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
이런 것들은 다 시민 교육의 부재 탓이다.
우리가 교육을 고쳐 다음 세대들에게 정치를 제대로 가르친다면,
그래서 '자기 자신의 권리를 알고, 가능하면 자기의 이해를 연대적으로 타협할 자세를
갖춘 채 주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의 이해와 손해를 본 사람의 이해도 고려하고,
때에 따라서는 우선권을 주기도 할 줄 아는 능력과 그것에 필요한 자세'를 갖출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15년쯤이 흐른 다음, 우린 대화가 통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며,
합리적인 토론을 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 새로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20년인들 길다고 하겠는가.
얼마나 바람직한 앞날이 될까.
2.'전문직'으로서의 정치
현재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28세가 되던 해인 1970년 뉴캐슬 카운티 의회 의원 선거에
도전한다.
공화당 강세 지역이라 민주당에서 나서려는 후보가 거의 없었다.
델라웨어 지역에서 바이든 외에는 대부분의 후보가 참패하면서
바이든은 28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델라웨어 민주당에서 상당히 저명한 인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1972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당시 해당 선거구의 상원의원인 보그스는 델라웨어 지역에서만 3선을 지낸 공화당의
베테랑 중 베테랑이었다.
말하자면 패전처리 투수로 동원되었던 그는 이 선거를 3천 표 차이로 기적적으로 이김으로써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어린 상원의원이 되었다.
그리고 2021년 조 바이든은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된다.
정치경력 50년도 미국 사상 최고다.
버락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땄다.
흑인 최초로 하버드 로리뷰의 편집장이 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졸업한 그는 시카고에서 흑인 빈민가들을 위한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하다
1997년 일리노이주 의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
3선을 한 그는 연방 의원 선거에 도전해 한차례 고배를 마신 뒤
2004년 상원의원이 됐고,
그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로 일약 전국구 스타가 됐다.
그는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을 지냈다.
한국 사회는 유독 '전문직'으로서의 정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에 자주 나와 말을 잘하거나,
얼굴이 멀끔하고,
돈을 좀 벌었고,
판사, 검사로 경력을 좀 쌓았으면
그날로 바로 정치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버린다.
그래서 정치는 3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정말 정치를 잘해야 하는 시기에 왔다.
3. 정치의 본질
정치는 '한 사회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핳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정치가의 일은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에 관한 '공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들의 상충하는 이해들을 조정하고,
능숙한 관료들의 은밀한 저항을 받아내며, 세대 간의 자원 배분의 형평성까지를
고려해가며 '공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곧 정치가의 일이다.
이것은 대단한 전문직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정치가로 입문하는 과정이 길다.
흔히 학생 때부터 당에 가입해 활동한다.
지방의회에 출마해 자신의 의정 능력을 입증하면 그 바로 위 광역 선거로 불러 올리고,
거기서도 능력을 입증하면 지방자치단체 장에 출마하게 하거나 중앙정치로 호출한다.
그때쯤이면 30대에도 이미 풍부한 경험과 실력을 쌓은 '전문' 정치인이 되어 있을 때다.
우리나라 초선 국회의원들이 많은 경우 구린 느낌을 주는 것은
이런 과정들이 없이 선거철이 닥치면 '남의 밭에서 무 뽑아 오듯' 느닷없이 정치를
시키기 때문이다.
방송만 하던 사람도 시키고, 가수만 하던 사람도 시키고,
전형적인 '쇼윈도 정치'다.
그러니 평생 살면서 '공론화'를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다.
'공론화를 통한 합의'라는 정치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국뽕'이라고 불리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는 편이다.
60년생이라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몸으로 체험하며 살아온 세대라 할 수 있다.
아버지 세대의 어려움은 말로만 들었지만
몇푼 안되는 월사금을 못내는 아이들이 있던 시대,
아침이면 '새마을운동'노래가 동네스피커를 통해서 울려퍼지고
식목일이면 마을 뒷산의 나무를 캐서 학교 뒷산에 심긴 했지만
우리나라 벌거벗은 산들이 '나무심고 가꾸기운동'으로 나무가 울창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나라 망한다는 말에 결혼할 때 시어머니께서 애써서 해주신 금팔찌며 큰애 백일과 첫돐에
받은 금반지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줄서서 현금으로 바꾸는데 동참했고,
2002년 월드컵 때는 소리소리 지르며 응원했고
너무나 좋아서 그때의 그 장면은 수십번도 더 봤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났을 때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늦둥이 작은 아이와 태안 바닷가에서
바윗돌의 기름도 열심히 닦았다.
배고파 수퍼에서 빵 훔치다 들켜서 혼이 난 아이들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던 것이 그리 오래된 것 같지도 않은데
수퍼고 시장이고 밖에 지키는 사람도 없이
물건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이 정말 말도 안된다 한다지만
내가 봐도
와~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되었구나 하며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냥 겉으로 우리나라를 보면
정치 빼고는 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운동도
스노우보드까지 어린 선수들이 잘하니 참으로 기특하다.
그런데 박태웅 씨가 최근 출연한 유튜브를 보니
현재 우리나라가 신경써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자고 나니 후진국'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정치권에서 자기들의 할 일이 무엇인지 인식조차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박태웅 말처럼
지금 나타나는 잘못된 것들을
우리가 다지기를 못하고
앞만보고 달려왔기에 나타난 부작용임을 인식하고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간다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다지기를 하는 시기가 될 것임을 바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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