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수장 "2만명 전사…이대로면 혁명 일어난다" 러에 경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러시아 민간 군사조직 바그너그룹의 수장이 러시아 군부의 전쟁 대응을 맹비난하면서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부와 바그너그룹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오랜 기간 둘의 경쟁을 조장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친크렘린 블로거 콘스탄틴 돌고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군부의 전쟁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바흐무트에서 용병 2만명이 전사했으며, 이 가운데 1만명은 죄수 용병, 나머지 1만명은 일반 용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1일경에 바흐무트를 러시아군에 넘기고 재정비를 위해 떠날 것이라며 "군대가 이곳을 물려받을 능력이 없다면 관련자들은 스스로 총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쟁을 통해 더욱 강조된 사회적 격차를 지적하며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엘리트 집안 자녀는 햇볕 아래서 놀면서 인터넷이나 하지만 전쟁에 끌려온 가난한 집 자녀는 관에 담겨, 심지어는 파편이 된 채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이런 상황은 결국 1917년 혁명처럼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체제 전복으로 이어졌던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혁명이 병사들로부터 시작되고 그들의 가족들로 확대될 수 있다며 "그 수는 이미 수십만명에 이를 수 있다. 이대로면 혁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바흐무트 점령을 포함해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 성과를 쌓으며 점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군부의 부패와 무능을 종종 저격했지만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을 직접 언급하며 "그들은 전쟁을 개인적인 오락거리로 전락시켰다. 그들의 변덕 때문에 전사자 피해가 5배나 늘었다.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점점 심화하는 프리고진과 군부의 갈등으로 푸틴 대통령의 권력 체제의 균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랜 기간 두 세력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했지만 이제는 갈등이 점점 노골화하면서 되레 권력 체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아바스 갈리야모프 정치평론가는 "이 갈등을 보면서 러시아 엘리트들이 내린 결론은 푸틴이 이러한 관계를 조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전시에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임무지만 푸틴은 이를 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선 프리고진이 군부를 비난할 수 있는 건 푸틴 대통령이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치적 논쟁이 강력히 억압되는 러시아에서 프리고진이 제재 없이 군부를 향해 독설을 쏟아내는 건 사실상 푸틴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러시아 총리를 지낸 미하일 카시아노프는 "프리고진의 운명과 존재 자체는 전적으로 푸틴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러 국방장관 “영토 침입, 극도로 가혹하게 대응할 것” …우크라이나 겨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최근 자국 내에서 발생한 교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민병대의 그런 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즉각적이고 극도로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은 이날 국방부 회의에서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서부 벨고로드주에서 발생한 교전 결과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처럼 경고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이번 교전 결과 70여 명의 우크라이나 테러리스트를 사살하고 장갑차를 파괴했다”며 국방부의 전날 발표를 재확인했다. 또한 그는 부상병과 전사자 유족에게 최대 500만 루블(약 8천255만 원)을 지급하고 대출금도 탕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벨고로드주에서는 지난 22일 장갑차와 군용 차량을 동원한 무장세력이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
러시아군과 국경수비대 등이 대응 작전에 나서는 한편 벨고로드주는 대테러작전을 선포하고 주민 대피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 민병대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러시아 국방부는 23일 작전 수행을 완료했다며 “잔당들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반체제단체인 러시아자유군단과 러시아의용군은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자유군단은 영상성명에서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러시아인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평화롭게 자라길 바란다”며 “이제는 크렘린의 독재를 끝날 때”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토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교전이다. 대응 작전이 이틀간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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