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거침없는 인간 한비야의 새로운 도전이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는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의 이야기다. 긴급구호현장에서 겪는 처절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계속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지도 밖으로 행군
7년 동안 세계일주로 오지 여행가 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한비야는 이젠 오지 여행가 한비야는 잊어 달라고 말한다.
인간의 문명이 닿지 않은 오지를 선택해서 여행을 하면서 쓴 책들로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있다. 그 자유로움에 대해서 여자의 몸으로 위험한 고비에서도 현명하게 그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지혜에 감탄하고 그 용기가 가상하다. 세계 일주를 마치고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받은 전화 한 통화가 그를 완전히 바꾸어 버린다. 국제 구호 단체의 회장님으로부터 긴급구호팀장의 제안이 온 것이다. 오지 여행을 하면서 끝나면 난민 돕는 일을 하고자 간절히 바랐는데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여행 중에 시시한 병으로도 죽어가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보고 그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단체도 만났다. 국제 홍보를 전공한 저자는 이런 딱한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실정을 알리는 역할과 같은 한 몫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국토 종단까지 마친 후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고 했을 때 구체적인 계획도 없으면서 국제 구호 단체에서 난민을 돕고 싶다고 했다. 막연히 꿈만 꾸던 일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동인가? 이런 걸 보고 지성이면 감천이다 라고 하지 않던가. 마음을 점검하기 위해 긴급구호 현장에 직접 갔다오기를 원했다. 구호 일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기술을 습득하느냐보다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자기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세상의 불평등과 맞서 싸우다가 갈 것인가? 또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면서 창공으로 날아갈 것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도 현실은 다르지 않냐고 한다. 저자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새장 밖은 불확실하여 위혐하고 백전백패의 무모함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 한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에 여행갔을 때 언제 다시 만져볼지도 모르는 빵을 잠깐 놀아준 자기에게 건네주고 그것을 받아 덥석 베어 먹는 걸 보고 좋아했던 아이들을 보고 앞으로 해야 할일을 결정하게 했었다.
놀랍게도 저자는 구호현장 첫 파견지로 아프가니스탄 헤라트로 가게 된다. 하늘의 섭리가 아니면 무었일까? 저자는 그렇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닌 지구 밖의 지도를 그리게 되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
태어날 때부터 전문가인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구든지 처음은 있는 법. 독수리도 기는 법부터 배운다 한다. 처음이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은 것이다. 저런 초자가 어떻게 이런 현장에 왔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나 이 일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얼마안 된 자와 20년이 넘는 베테랑을 비교하지 말고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 비고하면 된다.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다.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현장근무를 하면서 정말 마땅치 않았던 점은 긴급 구호 단체를 비롯하며 국제 구호 단체들은 대부분 서양의 기준에 맞춘 매뉴얼을,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거다. 현장 바드기스에도 주민들의 의건을 수렴할 주민 위원회가 있어야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는데 그 위원회 구성원중 20%는 반드시 여성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런 시골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여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남편의 허락없이는 회의 참석조차 어려운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향해 나가야 하는 방향이긴 하나 당장은 적용할 수 없는 오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호현장에 와서 그곳을 보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프가니스탄은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백 년 안에는 평화가 오지 않을 거라며 힘없는 나라의 운명을 멋대로 말하기도 한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구호 현장에서
겨우 돈이나 우월감 때문에 일한다면 그건 정말 아니라고 강력히 말을 한다. 단돈 만 원에 사람이 죽고 사는 곳이 긴급구호 현장이다. 어떤 사람은 전쟁을 밀으키며 사람을 중이기 위해서 저 산맥을 넘고, 또 어떤 사람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산맥을 넘는다. 한쪽은 진짜 전쟁, 다른 한쪽은 구호 전쟁, 전쟁에서는 모두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 총칼로 하는 진짜 전쟁처럼 식량과 사랑으로 구호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도 그렇게 일한다. 목숨 바쳐 일해도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통받는 사람 중 얼마를 돌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잘해 봤자 10만분의 1도 구제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성금과 함께 '하느님, 이제 저는 그만 돌봐 주시고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돌 봐 주세요.' 라고 기도하는 한 어린이의 편지를 받았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 구호 전쟁을 하는 사랑의 총알이 되어 치료받지 못하고 굶어 죽어가는 먾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한 명씩 한 명씩 구하면 된다.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남아시아의 해일 대참사 현장,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유일한 생계수단이 깡그리 없어졌다. 살아가는 이유까지 알 수 없는
모든 것을 빼앗긴 쓰나미 이후에도 삶은 계속 되어야 했다.등 뒤의 것은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게 바로 생명의 본능이다. 새 생명이 태어나고 아이들이 공부하고 연인들은 결혼하고 일터에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 삶이다.
이곳에서 구호단체가 해야 할 일은 그 삶이 끈을 놓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다. "저쪽 해안 끝에서 이쪽 끝까지 시커먼 초대형 코보라가 고개를 지켜세운 채 육지까지 달려 왔어요. 그리고 엄마,아빠, 여동생을 삼켜어요" 열 두살 난 무스파타는 해일이 몰려올 때 여덟 살 난 여동생을 안고 있었는데 파도에 휩쓸려 그만 놓치고 말았단다. 동생이 떠내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던 소리가 생각난다며 깊은 자책감에 굵은 눈물의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 우선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어린이 심리 치료다. 무수파타에게 동생이 떠내려간 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눈 앞에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은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너는 피해자가 아니라 용감한 생존자라고 알려주는 것이 이 아이가 앞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기위해 꼭 필요하다. 어른들의 심리 치료는 이전처럼 스스로 벌어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다. 가족을 잃고 삶의 의욕을 잃은 어부들에게 즉효약은 하루빨리 예전처럼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는 일이라고 한다. 갑작스럽고, 어마어마한 재해를 당해 부기력해 있거나 분노에 찬 사람들을 가장 빨리 치유하는 길은 그들이 예전에 하던 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농부는 땅으로 어부는 바다로. 그래야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삶이 계속될 수 있다.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가슴을 뛰게하고 피를 끓게 하는 긴급구호 현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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