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출생률이 세계 최하위여서 잘못하면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자녀의 부모 부양 책임과 결혼 출산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를 조사했다.
자녀의 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인식
자녀의 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인식이 15년 새 확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총 7천8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 부양의 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3%가 '매우 동의한다', 18%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자녀의 부모 부양 책임에 동의한 가구가 21%였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의견은 49%를 넘으며 절반에 육박했다.
경제여력과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같은 조사에서는 '매우 동의'와 '동의'를 합쳐 52%, 반대 응답은 24%밖에 되지 않았다.
15년 만에 동의 응 답은 절반 넘게 줄어든 반면 반대응답은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것은 가족관이나 성 역할 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노인이나 자녀의 돌봄 부담을 오롯이 가족이 졌던 과거와 달리 사회나 국가의 책임에 대한 인식이 커진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나아졌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결혼·출산 필수" 미혼여성 4% 뿐…아이 낳기엔 믿을 수 없는 사회
청년세대일수록 결혼이나 출산, 그리고 육아를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들을 통해서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청넌 세대의 속내에도 우리사회가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도 된 만한 괜찮은 사회인가에 대한 생각들이 결혼, 출산, 육아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더라는 것이다.
2030 청년세대에서도 '내 삶의 질이 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우리 사회에 기회가 고르게 열려있는 편이다'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람일수록 결혼과 출산육아에도 긍정적인 걸로 나타났다.
2022년 미혼 남녀 결혼, 출산에 대한 속내 심층분석 결과
지난 연말에 사회복지연구회의 계간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성인 1천4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1년 11월 했던 설문조사에서 20살부터 34살까지의 미혼남녀 281명의 응답을 다시 한번 추려서 심층 분석한 결과이다.
일단 이 연구에서 분석한 미혼남녀들을 3개 집단으로 나눴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요하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중요하지도 않다고 보는 경우 이렇게 세 집단으로 나눠본다.
소득 수준으로 보면 결혼과 출산이 살면서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생각하는 사람은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보다 최소 200만 원 이상은 벌고 있을 경우의 확률이 8배 이상 되는 걸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미혼남녀가 어느 정도는 소득이 있어야 꼭 결혼하고 아기도 낳아야지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 수준이나 건강상태, 또는 고용지위에서는 큰 차이가 안 보였다.
대졸이냐, 고졸이냐 또는 안정적으로 고용됐느냐 파트타이머냐 이런 걸로는 별 차이가 안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응답자의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그리고 우리 사회가 비교적 평등하고 기회가 공평하게 열려있다고 생각할수록 결혼과 출산을 중요하게 여길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았다.
특히 아이가 노력하면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녀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결혼과 출산을 필수로 여길 확률이 그냥 중요하다 정도로 생각할 확률보다 높아졌다.
자기 자신의 계층이동 가능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지만 자녀세대의 미래를 밝게 볼수록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남녀의 생각차이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미혼여성은 4%에 불과했다. 남성도 필수라고 생각하는 건 12.9%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차이는 크다.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도 않다는 유형에 속할 확률도 여성이 남성의 2배 이상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기회가 공평하게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에 남성보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가 더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들이 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을 때 출산과 육아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저출산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대한 각오 없이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청년 일자리, 일과 가정의 양립, 또 기회의 평등에 대한 뼈아픈 고민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다 같이 공유해야 지금의 저출산 문제에 비로소 직면하기 시작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편적으로 출산한 아이에 대해 수당을 얼마씩 지급하는 그런 방법으로는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관계자들은 좀더 심도있게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그렇지만 시급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아직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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